꼭두의 계절-한계절 (임수향)

혹시 우리 엄마 아세요? 모른다고 했잖아요.

내가 저번에 물어봤을 때 분명히 모른다고 했었는데?

진짜 우리 엄마를 안다고요? 어떻게요? 어디서 만났어요?

길? 아 꼭두씨 어릴 때 아팠구나? 엄마가 구급 대원이였거든요.

아파서 만난 거 아니에요? 꼭두씨 엄살이 장난 아니죠?

그래요. 뭐 그랬겠죠. 원래 애들이 다 그래요.

손에 가시 하나만 박혀도 세상이 망한 것처럼 막 울어대잖아요.

나도 그랬어요. 아파서 그랬는지 아픈 게 서러워서 

그랬는지 눈물이 안 그치더라고요.

내가 계속 징징대면 엄마는 노래를 불렀어요.

이상하게 엄마 노래를 들으면 막 마음도 놓이고 잠도 오고 그러더라고요.

꼭두씨가 얼마나 엄살을 피웠으면 엄마가 달래준다고 노래를 다 불렀겠냐고요.

우리 엄마 참 이뻤죠? 에이 난 뭐 큰딸이라 아빠 닮았어요.

엄마 닮았으면 이뻤을 텐데. 치. 암튼 고마워요. 나는 오래 살고 싶어요.

엄마처럼 한 계절 예쁘게 피다 지기는 싫어. 그럼 남은 사람들이 너무 아프니까.

고마워요. 기억해 줘서요 엄마를 만나고 엄마를 기억하고 

이렇게 나랑 엄마 이야기해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