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 : 너 처음부터 이러려고 온 거지? 네 엄마가 시키디? 자기 인생 망쳤으니까 가서 내 인생 조지라고?

정남 : 엄마 인생 망친 적 없어요.

현수 : 그럼 왜 이러는 건데, 어? 혼자 조지기 힘드니까 어디서 뭐 하는 놈 하나 데려왔더라? 뭐라 그랬냐? 한 몫 챙겨준다 그랬냐? 어디서 눈을 똑바로 떠, 어?

기동 : 다녀왔습니다.

정남 : 좀 있다 해요.

현수 : 뭘 있다가 해. 시간 없어. 야, 니들 다 짐 싸가지고 빨리 가. 가서 신문사에 까발리건 방송가서 마이크 잡고 떠벌리건 네 애새끼 데리고 좀 사라져.

정남 : 기동이 들어가 있어.

현수 : 어딜 들어가!

정남 : 빨리 안 들어가? (기동 들어간다.) 나 못가요.

현수 : 못 가?

정남 : 나 아버지 자식이야. 딸이야. 나 여기 있을 자격 있어.

현수 : 돈 때문이야? 돈 줄게. 집도 얻어줄게. 해준다고 그랬잖아. 빌어먹을 차도 사줘? 다 해준다고, 그니깐 가라고 걸리적거리니까 좀 꺼지라고.

정남 : 내가 돈 때문에 온 거야?

현수 : 너 돈 때문에 왔잖아. 네가 싸질러 놓은 애새끼 데리고 살기 힘들어서, 아니야? 그럼 나한테 아빠질 뭐 그런 거 바라고 온 거야?

정남 : 그래, 나 그거 바라고 왔다. 그거 바라고 왔어. 남들 다 아빠 있잖아. 다 있잖아! 난 왜 있는 아빠도 없다고 하면서 살아야 해? 내가 나오고 싶어서 나왔어? 나 조용히 살겠다잖아. 하고 싶은 노래도 안 하면서 살겠다잖아.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여기 있는 내 눈, 이거 코, 이거 다 아버지가 만든 거잖아. 왜 내가 없었으면 해? 왜? 내가 이렇게 있는데, 왜!

현수 : 너 원한 적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