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태, 동윤의 방문 쪽으로 걸어가 문 앞에 선다.

잠시 주저하더니 문을 열고 들어가는 기태.

동윤, 침대 위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

얼굴은 피멍들어 있다.

기태 : 어이, 몸 많이 나았어?

대꾸도 안하는 동윤.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방안으로 들어와 방문을 닫고는 책상에서 의자를 당겨와 동윤 앞에 앉는다.

기태 : (TV를 끈다) 친구 왔으면 좀 반가운 척이라도 해줘라.

동윤 : ...

기태 : 몸은 많이 좋아졌네...?

동윤 : ...

기태 : 학교 안가니까 심심하지...? 나도 너 입원한 날 이후로 계속 안가고 있어...

동윤 : ...

기태 : 병원 밥 맛 없었을 텐데 그래도 퇴원하니까 괜찮지...? 그래도 혼자 있으면 심심하겠다.

동윤 : 용건이 뭐야?

기태 : ...

동윤은 차갑게 기태를 바라본다.

기태 : 그냥... 그냥 너 보려고 온 거야.

동윤 : 그냥 가.

기태 : ...

동윤 : 가라고...

기태 : 동윤아, 정말 미안해...

동윤 : ...

기태 : 부탁이니까 이러지마.

동윤 : ...

기태 : 너까지 나한테 이러지마... 응? 부탁이야.

동윤 : ...

기태 : 내가 어떻게 해야 돼? 어?

동윤 : 그냥 나가라고...

기태 : ...

동윤 : ...

기태 : 나 정말 모르겠어... 정말 미치기 직전이야. 근데 너까지 이러면 안돼...

동윤 :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나가...

기태 : ...

동윤 : 나가라고, 시발...

기태 : 동윤아, 넌 나한테 이러면 안돼. 너 만큼은...

동윤 : ... 나 만큼?

기태 : ...

동윤 : 나 만큼이라니? 내가 뭔데? 어?

기태 : ...

동윤 : 착각하지 마.

기태 : ...

동윤 : 착각하지 말라고... 시발. 너한테 감정 상해서 이러는 거 아니니까 똑바로 들어.

기태 : ...

동윤 : 나도 얄팍한 이유 때문에 네 옆에 있었던 거 밖에는 없어, 너가 나한테 진정한 친구다, 이해해 줄 사람은 나뿐이라고 지껄일 때 속으로 얼마나 웃었는지 아냐? 어?

기태 : ...

동윤 : 내가 한번이라도 너하고 친했다는 착각은 하지마. 그렇게 생각하는 거 자체도 역겨우니까...

기태 : ... 진심이야?

동윤 : 네 자신이 제일 잘 알거야...

무표정하게 동윤을 바라보는 기태.

동윤 : 너 입버릇 같이 가식적인 새끼들 싫어한다고 그랬잖아. 근데 웃긴 건 너가 제일 가식적이야. 모르겠어? 어떻게 말은 똑바로 하면서 행동은 반대냐? 그래서 애들이 널 좆같이 생각 하는 거 아니야...

기태 : ...

동윤 : 너가 역겨우니까 네 주변 애들이 다 떠나지. 네 옆에 있으면 구토가 나거든... 알어?

아무 말도 못한 체 고개를 숙이는 기태.

기태 : 그거야... 그게 내 모습이야?

동윤 : 그게 네 모습이야.

기태 : (혼잣말 하듯) 뭐가 어떻게 잘못 된 거지? 응? 어디서부터 뭐가...

동윤 : 잘못 된 건 없어.

기태 : ...

동윤 : 잘못 된 건 너지... 그냥 너만 없었으면 됐어.

동윤은 창 쪽을 바라본다.

기태, 무표정하게 동윤을 한참동안 바라본다. 일어나는 기태. 말없이 문 쪽으로 가 방문을 연다.

방문 앞에 과일 그릇을 들고 서있는 동윤의 어머니.

놀란 눈으로 기태를 바라본다.

기태, 동윤의 어머니께 목례를 하고는 떠난다.

동윤은 가만히 침대에 앉아있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무표정한 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