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앉아서 음악 듣고 있는 희준. 맨 뒤 창가 쪽에 앉아 있는 기태.

기태의 주변으로 재호와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지만 기태의 시선은 희준의 뒷모습에 꽂혀있다.

기태 갑자기 일어난다. 그리고 희준 쪽으로 걸어간다.

희준 앞에 앉는 기태. 고개를 숙이고 있던 희준 기태를 본다.

기태 : (한쪽 이어폰을 빼며) 뭐 들어?

또 왔구나 하는 표정으로 아무 말 못하는 희준.

어느 새인가 또 재호와 아이들이 기태와 희준을 삥 둘러싸고 있다.

기태 : (둘러싼 아이들 보고) 나 희준이랑 할 얘기 있어... 좀 비켜주라.

재호와 아이들 의아해 하며 자리에서 물러난다.

기태, 한참동안 고민 하는 듯 하다 입을 뗀다.

기태 : 무슨 노래 들어? (이어폰을 자기 귀에 잠시 대본다)

희준 : (뭐지 하는 눈빛으로) ...?

기태 : 사람이 뭘 물어보면 말을 해...

희준 : 무슨 말...

기태 : 그냥... 아무 말...

희준 : ...

기태 : 얼굴에 상처는 괜찮어...?

희준 : ... 왜이래?

기태 : ... 경계 하지마. 그냥 얘기 하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희준 : 무슨 얘기?

기태 : ...

기태, 잠시 주저하다 결심 한 듯.

기태 : 이제 그만하자...

희준 : 뭘 그만해?

기태 : 그냥 이런 거 다...

희준 : 언제부터 나한테 선택권이 있었어?

기태, 굳은 표정으로 희준을 바라본다.

기태 : 그래, 그만할게 내가... 그러니까 너도 더 이상 이러지 마라.

희준 : ...

기태 : 미안하다...

희준, 놀랍지만 이내 차분한 표정이다.

희준 : (한쪽 이어폰도 마저 빼며) 미안하다는 말이 쉽게 나오네...

기태 : ...

희준 : 미안해 할 필요 없어. 사과 받고 싶지도 않고...

너그러웠던 기태의 눈빛이 달라진다.

기태 : 무슨 소리야?

희준 : 사과 받고 싶지 않어, 너한테...

어이없어서 헛웃음 짓는 기태.

기태 : 뭐? (말을 못 잇다가) 야, 남은 고민 고민해서 얘기하는데... 태도가 뭐냐? 어?

희준 : 나도 고민해서 진심으로 얘기하는 거야.

기태 : (어이없다) 왜 이러는 거야? 어?

희준 : 나 이제 다음 주면 전학 가. 너 덕분에... 그래서 별로 사과 받고 싶지 않어. 전학 안 갔으면 괴롭힘 당하기 싫으니까 받아줬겠지만 앞으로 볼 사이도 아닌데 뭣 하러 받아 줘. 어?

기태 : ...

뭔가 일이 터질 것 같은 기태와 희준.

기태 : (화를 삭히고 다시 차분하게) 장난 까냐? 이렇게 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희준 : 너야 말로 이렇게 까지 하는 이유가 뭔데...? 어? 넌 주변 애들이 다 네 부하냐?

기태는 희준을 뚫어져라 본다.

희준 : 너가 제대로 된 친구로 날 대해준적이나 있어? 내가 언제까지나 너 앞에서 허리 굽히고 꼬리 흔들면서 살줄 알았냐. 내가 그렇게 까지 심한 꼴을 당해도 오기로 버틴 이유가 뭔지 알어. 네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야.

기태 : (희준을 노려본다) ...

희준 : 지금 네 주변에 있는 애들도 마찬가지야. 널 친구라고 생각해서 네 옆에 있다고 착각 하지마. 다 그냥 얄팍한 심리 때문에 네 옆에 있는 거지, 네 친구는 아무도 없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희준의 멱살을 잡아끌어 당기는 기태.

희준 : 치려면 쳐. 원 없이 실컷 패. 나 전학 가면 그러고 싶어도 못하니까.

희준을 책상 쪽으로 밀어버리는 기태. 책상과 함께 바닥에 나뒹구는 희준.

기태, 바닥에 넘어진 희준의 멱살을 붙잡고 끌어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