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_개명허가 접수창구 / 낮

사람들로 북적이는 법원 내 풍경. 천정에 매달린 <개명 접수> 안내판 보이고

그 앞으로 순서를 기다리는 줄이 늘어져있다.

그 줄 중간 어디쯤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 순서를 확인하는 사람, 은희다.

예쁘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지극히 평범한 외모.

창구에 쓰윽 내밀어진 서류.

담당자 : 다시 작성하세요. 잘못 쓰셨어요.

은희 : 세 번이나 확인했는데요. (서류를 다시 쓰윽 들이밀고)

담당자 : (짜증섞인 투로 콕 짚어가며) 이쪽에 개명할 이름 쓰시라구요.

은희 : 그러니까요.

담당자 : (거참 말귀도 못알아 듣는다) 큼... 이름을... 고.은.희에서 고릴라로 바꾸신다구요?

은희 : 네.

담당자 : 저기... 개명이 뭔지 이해를 잘못하신 것 같은데... 예를 들면, 뭐.. 안변태씨나, (하는데)

뒤쪽에서 “네-” 하는 대답이 들려오자, 허걱하며 몸을 낮추고,

은희, 덩달아 자세 낮추며 경청모드

담당자 : (목소리를 낮춰) 그러니끼... 김시발씨, 피바다씨... 이정돈 돼야 개명신청을 하는 겁니다. 이름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편하고, (하는데)

은희 : 그러니까요.

담당자 : (말을 말자 싶고. 개명신청서를 보며) 개명사유가... 고은희라는 이름으로 인해 발생하는 직업적 불이익으로... 극심한 코통을 겪고 있기에 고릴라고 개명을 신청합니다..

은희 : (구구절절 옳은 소리라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고)

담당자 : (정신이 나갔나 싶고. 측은지심 발동)... 뭐... 일단, 접수.

은희 : (환하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