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저는 기뻐요. 왜냐구요? 그건 잘 아시다시피 우리 아버지는 아주 완고하기 짝이 없는 분이죠. 그래서 저는 언제나 기를 못 펴고 부자유 속에서 자라났어요. 그래서 한시 바삐 저를 시집보내 주었으면 하고 매일 같이 빌어왔어요. 그런데 때마침 당신이 저를 데려가시게 된거죠. 전 이제부터는 마음 놓고 지금까지 못했던 일들을 한번씩 다 해볼 생각이에요. 그래서 지금까지 헛되이 보낸 그 귀중한 세월을 하루 빨리 만회해야 되지 않겠어요? 당신은 아주 친절하시고, 세상 이치를 잘 아시는 것 같아서 저는 마음이 아주 든든하답니다. 물론 당신은 아내를 외출도 못하게 가둬놓고, 감시하는 그런 옹졸하고 야박한 남편은 아니겠죠? 전 그런 생활이라면 잠시도 못 참아요. 전 친구들과 모여서 즐겁게 놀고, 또 모임에도 빼놓지 않고 참석할거에요. 아마 당신은 저와 같이 유쾌하고 명랑한 기질의 소유자를 아내로 맞이하였다는 것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으실 것으로 믿어요! 제 생각에 완전한 부부라는 것은 서로 돕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우리는 결혼을 하더라도 상대방을 존경하는 그런 점잖은 생활을 해나가겠다는 약속이 필요해요! 질투심 같은 것, 의처증 같은 것, 그런 것으로 고민하실 필요는 조금도 없어요. 내가 당신의 품행을 절대적으로 믿듯이 당신도 저를 믿어주셔야 돼요. 그 믿음을 전제로 우리는 그야말로 순수한 관계가 영원히 유지되는 거예요. 아니 갑자기 왜 그러시죠? 안색이 좋지 않으신 것 같은데요? 참, 요즘 두통이 유행이라죠. 그런 것은 결혼을 하고 나면 깨끗이 나아지죠. 그럼 안녕! 저는 빨리 가서 옷을 맞춰야 해요. 이런 누더기 같은 것을 걸치고 있으니까 어쩐지 몸이 근질근질해서 못 견디겠네요. 이런 싸구려 옷은 빨리 벗어 버려야죠. 저는 이제부터 여러 가게에 들려서 필요한 것을 몽땅 살 참입니다. 참 그리고 그 계산서는 모두 묶어서 댁으로 보내드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