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은 : 우람이는?

향기 : 기쁨이네. 아빠 다른 여자 있는거 엄마도 안다고?

시은 : 토요일날, 털어놓더라 다.

향기 : 토요일 언제? 얘들 파자마 파티 할 때?

엄마 심정 어땠어?

시은 : 글세..애들 분위기 깨면 안 되니까..

향기 :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빠가.

시은   시은 : 너희들 장래 문제도 있고 서류 정리는 안 된다고 했어. 그 대신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라고. 나가고 들어오든 신경안쓸테니.

향기 : 우린 걱정 마, 엄마.

시은 : 어떻게 걱정을 안 해. 지난번 너희 뭐랬어?

향기 : 이건 다른 문제야.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데. 엄마, 우리 정신차리자.

시은 : 그래.

향기   향기 : 부부는 등 돌리면 남이라지만 난 엄마 딸이야, 분신. 엄마 솔직한 생각 듣고 싶어. 아빠한테 미련 있어?

시은 : 아니.

향기 : 나도 마찬가지야.

시은   시은 : 실망 크겠지만 나하고는 달라. 부부는 정말 마음 떠나면 끝나는 사이야. 근데 너나 우람이한테는 어쨌거나 아빠고.

향기 : 아빠한테 우리 아무 의미 없어 보이니까.

시은 : 그렇지 않아.

향기 

            향기 : 엄마는 아직 아빠를 제대로 모르는 것 같아. 옛말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딱 아빠 아니야. 어떻게 우릴? 엄마를 이렇게 감쪽같이 속일 수가 있어?

시은 : 미안하다.

향기 : 엄마가 왜 미안해.

시은 : 내가 부족해서 이런 결과가 온 것 같고.

향기 : 말도 안되는 얘기 하지마요. 엄마가 부족한 거면 이 세상 다른 엄마들은?

시은 : 방송 일 때문에 네 아빠한테 아무래도 소홀했으니까

향기 : 아빠가 그래? 엄마가 소홀해서 딴 데 눈 돌렸다고?

시은 : 아니, 원인을 찾자면.

향기 : 원인을 찾자면 아빠지. 엄마한테 평생 감사하고 살아도 모자랄 판에 어떻게 이런 배신을 안겨.

시은 : 사람 마음이 다 같을 순 없나 봐. 내 마음도 내 뜻대로 안 될 때 많고.

향기 : 아빠 두둔하지 마. 참지도 말고, 병 돼. 욕하고 싶으면 욕 해. 욕먹을 짓 했어, 아빠.

시은   시은 : 엄마는 괜찮아. 너랑 우람이만 별일 없으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해. 삶이란 게 원래 녹록지 않은 거니까.

향기 : 어쨌든 정말, 조금도 미련 없으면 아빠 떠나라고 그래.

시은 : 너희는? 우람이는 아직 어리고 좀 있으면 사춘기인데.

향기 : 대강 얘기했더니 믿기지 않는 모양이야. 당연하지. 아빠 생각 직접 듣고 싶대.

시은 : 뭐하러 얘기했어.

향기   향기 : 우람이도 알아야지, 덮을 일이야? 그리고 난 엄마처럼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못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엄마는 우리 때문에 죽을힘으로 참았겠지만 우리 식구들 나쁜 병 걸린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

시은 : 그럼. 너희들 말처럼 세상 살면서 이 정도는 껌이야.

향기 : 우람이도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속 깊고, 나도 있고, 엄마도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시은 : 어느새 우리 딸, 다 커 가지고. 너희만 있으면 돼.

향기 : 우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