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주: 하지 마.

전설: (따지듯이) 뭐를요?

세주: 소송 말이야. 갈사장이 뭐라고 회유하든 하지 마. 절대.

전설: 왜요?

세주: 이유는 묻지 말고.

전설: 아니 이유도 모르고 하지 말라 하면 무조건 하지 말아야 되나, 나는?

세주: 내 일에 끼어들지 말라는 말이 그렇게 어려워?

전설: 이게 왜 작가님만의 일이에요? 나도 피해자예요! 신상 털려서 밤길도 조심해야 하고요, 하루에 수십통이 넘게 걸려오는 협박전화 때문에 일도 못하게 됐고요, 또...!

세주: (오버랩) 보상해줄게. 얼마면 돼?

전설: 와...이럴 때 정말 정 떨어지는 거 아나...

세주: 아직 떨어질 정이 남아있다는 게 황송할 따름이네...얼마면 보상이 되겠어? 말해.

전설: 허...아니 내가 지금 돈 필요해서 이래요?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면 돕겠다는 거잖아요!!

세주: 도움이 필요 없다는 거잖아, 지금!!

전설: 와, 진짜!! 어느 구름에 비가 들었는지 모를 양반이네. 아무리 작가지만 감정선이 너무 널뛰는 거 아니에요? 이게 화부터 낼 일이냐고, 도대체가!!

세주: 한두번 겪는 일 아니야. 옆집 개가 짖는다 생각하면 다 지나가. 내버려두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다 끝날 일이라고. 그러니까!! 휘젓지 마, 제발.

전설: 그럼 납득이라도 시켜야죠. 무조건, 절대, 이유따윈 없고, 묻지도 말고. 하...혹시 뭐 꿇리는 거 있어요? 정말 유령작가라도 키우나, 집필실에? 그런 거 아니잖아. 억울하잖아, 답답하잖아. 꿇리는 거 없는데, 당당한데 왜 아니라고 말 못하는데? 왜 당하고만 있어야 되는데!! 법이든, 언론이든 뭐든 이용해서 진실을...!!

세주: (오버랩) 그러니까 니가 나를 왜 도와야하는 거냐고, 대체!!

전설: 아직 떨어질 정이 남아있어서 그런다, 왜!!!

세주: 니 마음대로 해, 그럼. 대신,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너랑 얽힌 이후로 좋은 거 하나도 없었어...이제 더 떨어질 정도 없지? 그러니까, 나 도울 생각하지 말고 모르는 척 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