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한 듯 전화 걸고 있는 환동.)

환동 : 이봐. 이거 안 받아, 이거 없는 번호야. 그렇지 말이 안 되지, 삼 년 전 전화번호를? 그것도 연예인이? 당연히 바꿨지

인국 : 몇 번 울리지도 않았어

환동 : 근데 내가 왜 얘 번호를 아직도 안 지웠지? 그렇지, 그만큼 신경을 안 쓰고 있었던 거야

인국 : 너 지금 내가 본 와중에 제일 신경 쓰고 있는데, 혹시 똥이 마렵니? 좀 앉아

환동 : 야 포기하자, 영화

인국 : 네가 진정 원하는 게 고학년 백수냐? 저기 저 험난한 취업전선으로 뛰어 들어가 봐?

환동 : 그게 왜? 그게 일반 보통 삶이야. 영화, 이거 사치야!

인국 : 오케이. 들어가 보자. OPIC 몇 급이니?

환동 : 모르지

인국 : 장하네. 해외연수 경험은?

환동 : 군대 갔다 왔잖아, 해외보다 멀게 느껴지지 않냐?

인국 : 인정, 자격증은?

환동 : 대한심폐소생술협회 응급처치 교육

인국 : 그건 수료증이고 이 친구야. 너 뭐 숨넘어가는 사람들 찾아다니면서 심폐 소생하고 다닐 거야? 평균 학점은?

환동 : 2.5 넘을걸?

인국 : 네가 사람이니?

환동 : 이 천박한 황금만능주의자... 야, 인간의 기준을 취업스펙으로 구분 짓는 건 학벌사회가 만들어 낸 저급한 통념에 불과하단 말이다! 그게 그리고 통념이 되어서도 안돼요

인국 : 거 불리해지니까 사회시스템에 관심 있는 척하면서 날 세워서 비판하고 그러는 거 딴 데 가선 절대로 하지 마라. 없어 보인다.

환동 : 그래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 난 나약한 존재여야 되냐

인국 : 포기하면 평생... 다시 걸자!

환동 : 아, 이건 진짜 못 하겠다 너무...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동시에 바라본다)

인국 : 방혜정이지?

환동 : 딴 사람이겠지

인국 : 야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