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길 - 주봉의 차 안 (밤)

운전하는 주봉과 옆에 앉은 석봉, 서로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로 앞만 보며 가고 있다.

금방이라도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으슥한 분위기의 시골길.

석봉, 침묵이 지겨웠는지 라디오를 켜는데, 라디오가 치직댄다.

다른 방송을 틀어 봐도 계속 치지직.

아예 꺼버리고, 눈동자를 돌려가며 차 안을 살펴보는 석봉.

석봉 딱히 궁금하진 않았지만... 잘 사나보다?

주봉 하던 데로 조용히 갑시다. 어색하고 좋잖아.

석봉 잘났다. 개새끼야.

주봉 욕 하지 마. 개님아.

석봉 이 새끼가 입 떼자마자... 야. 차 세워.

주봉 왜 따로 가시게?

석봉 그래, 드러워서 니 차 안 타! 세워. 세우라고! 진즉에 이랬어야 했는데!

정말로 끼익 차를 세워버린 주봉.

석봉, 문잡고 내리려는데, 온통 주위가 어두워져있다.

열다 만 문 안으로 들이치는 바람과, 스산하게 들리는 바람소리까지.

문만 잡고 내리진 않고 있는 석봉.

주봉 세우라며. 왜 안 내려?

석봉 ...내가 아는 길에 세워야지! 여긴 카카오 택시도 없는데!

주봉 (기가 막히다)

어둡고 좁은 시골길을 달리는 주봉의 차.

다시 말이 없어진 석봉과 주봉. 금방이라도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으슥한 분위기 속에서,

석봉 혹시 너, 그동안 안동 온 적...

주봉 미쳤냐? 왜, 넌 온 적 있나보지? 하긴 뽑아먹을 게 남았으면 내려오셔야지. 차종손이신데.

석봉 너 이 새끼. 싸가지는 아직도 니 아버지 판박이네.

오랜만이라 까먹을 뻔 했다. 니가 니 아버지 아들인 거.

주봉 니 아버지 판박이가 왜 나야, 너지~ 너야말로 완전 빼다 박았지,

여전히 말 안 통하는 거. 염치도 없이 남의 차에 꼽사리 끼는 거.

석봉 니 아버지가 그렇게 가르쳤냐? 형한테 막 대하라고?

주봉 니 아버진 그럼 그렇게 가르쳤냐? 형 노릇 한 적도 없으면서, 대접은 꼭 받아 처먹으라고?

석봉 (머리채 잡는다) 아버지 얘기 금기어로 정했던 거 아니었냐?

주봉 (지지 않고 잡고 흔든다) 니가 먼저 했거든?

석봉 니! 니! 계속 니!

으르렁대는 둘. 핸들을 잡고 실랑이하느라 차가 이쪽저쪽으로 치우쳐 달린다.

그 순간, 쿵!!!

무겁고 큰 물체가 주봉의 차에 정통으로 받혔다.

끽- 급정차 하는 주봉.

사고를 실감한 형제, 긴장하고 얼어붙었다.

석봉 ...멧돼지나 고라니!

주봉 사람이었어.

석봉 (머리 박는) 아, 씨발...

주봉 내려서 확인 좀 해.

석봉 내가 왜? 니가 쳤잖아!

주봉 니가 핸들 잡았잖아!

긴장한 얼굴로 동시에 차에서 내리는 석봉과 주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