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 던져버리곤 커피를 벌컥벌컥 마신다. 빈잔을 놓으며 진정해서)

이야기의 기본을 파괴하는 거... 파격적이고 좋아요... 인정합니다.

그래도 기승전결은 있어야 할 거 아냐!

대체 하고 싶은 얘기가 뭔데!

기승전결은커녕 기기기기!!!

심지어 웃기지도 슬프지도 무섭지도 않아!

감동은커녕 일말의 기대감도 없어. 단 한씬도 건질 게 없어!

여자 주인공은 창녀야? 아무 때나 들이대게?

남자 주인공은 로봇이야? 감정이 하나도 없게?

로맨틱 코미디.

누구나 가볍게 볼 수 있고, 볼때는 아주 유치하고,

별거 없는 거 같아서 나도 저 정돈 쓸 수 있을 거 같지.

그저 이쁘고 잘생긴 배우들 나와서 말싸움하다 입술만 쪽쪽 빨면 로콘 줄 알아?

(가슴 쓸어내리며) 난요... 드라마를 아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국민들이 내가 만든 드라마를 보고 울고 웃고 위로받고 용서하고 사랑하고 그렬려고

드라마에 목숨 걸고! 오직 드라마를 위해 살아온 사람이에요.

(다시 대본 주워들며 또박또박) 이건 공해에요. 공해. 유 언더 스텐?

똥덩어리는 비료라도 쓰지! 재활용도 못할 쓰레기라구!

(작가 코 앞에 대본 던져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