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이 : (양주를 컵에 따른다)

은호 : 누나.

단이 : (양주를 벌컥벌컥 마신다)

은호 : 누나. 그거 얼마나 독한 술인 줄 알아?

단이 : 어떡할 거야? 쫓아낼 거야? 일 년 전에 이혼했다는 건 알거고, 집이 그 전에 넘어갔다는 말은 했고. 새 주인 안 들어오고 집 허물고 공사한대서 몰래 살았어. 수도 끊기고 전기 끊긴 집에서 니네 집 도우미 내보내고 여기서 씻고 여기서 먹었어. 그러다가 그 집 공사 시작하면서 쫓겨 난거고. 여기서 숨어산 건 열흘도 안됐어.

은호 : 그게 그렇게 덤덤하게 할 말이야?

단이 : 그럼 우냐? 울까? 울면, 안 내쫓을래? 나 울면 너 마음 안 좋잖아. 일 년 동안 나 그런 거 알았으면 너 내내 안 좋았을 거잖아.

은호 : 그래도 누난 나한테 말했어야 했어. 난 누나가 차라리 그냥 내 앞에서 울었으면 좋겠는데.

단이 : 눈물은 이미 일 년 동안 흘릴 만큼 흘렸어. 그렇게 울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면 우는 걸로는 아무것도 해결이 안 된다는 거. (양주와 컵을 챙겨 일어난다)

은호 : 더 마시게?

단이 : 일단 자자 내일 이야기해.

은호 : 누나 그만 마셔. 그러다 버릇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