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끼어든다) 그럼 결국 사기라는 거네요.

((잠시 황당) 사기...는 아니죠. 차를 사면 여자를 준다고 한 건 아니니까. 자동차라는 상품이 가지는 환상인 거죠.)

환상이라는 건 실재하지 않는 건데 실재하지 않는 걸 판매하는 게 사기가 아니라구요?

(음...현대 사회에서 이미지 없는 실체라는 게 의미가 있나요?)

모든 실재가 기호와 이미지로 대체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조작된 이미지가 현실을 왜곡하고 주체를 끊임없이 가상현실에 가둠으로써 지배 계급의 착취 메커니즘에 기여하고 있다는 걸 모르시지는 않을 텐데요. 그렇게 모든 사물이 기호화되는 시점에는 파국이 도래할 거라고 보드리야르가 경고한 바 있구요. 그럼 결국 교수님은 세계와 인간성의 파국을 가르치고 계신거네요?

((잠시 어안이 벙벙하더니 피식한다) 그 이상한 레포트 쓴 게 학생이었나? 요즘 세상 참 좋아졌어요 그죠? 우리 때는 상상도 못 했던)

교수님 같은 분이 강단에 계신 걸 보면 아직 한참 더 좋아져야 될 거 같은데요.

((효민을 노려본다) 아무튼, 자네는 이제 안 들어와도 돼. 어차피 FAIL이니까.)

심심하면 가끔 들어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