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겠어.

아니. 안 해. 안 한다고.

끝이 있기는 해?

중학교 갈 때도, 외고 갈 때도 대학 갈 때도 아빠는 늘 시작이라고 그랬잖아.

너 이제 시작이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야 된다 나한테 그랬잖아.

근데 왜 끝이 없어?

(아니 왜 그깟 인턴을 통과 못해? 너 그거밖에 안 돼?)

어. 나 그것밖에 안 돼.

몰랐어? 이거밖에 안되는 거?

아빠가 나에 대해서 대체 뭘 알아? 어?

아빠. 아빠는 내가 왜 김밥 싫어하는지 알아? 엄마. 알아?

봐. 모르잖아.

나 5살 때 강남으로 이사와서 다닐 수 있는 학원은 다 다녔어. 그건 알지?

근데 학원 뺑뺑이 도느라 밥 먹을 시간도 없었던 건 모를 걸?

나 맨날 엄마 차안에서 김밥 먹었어. 고3때까지 계속...

그래서 나 김밥 안먹는 거야. 너무 지긋지긋해서...

내가... 내가 얼마나 숨 막혔는지 알아?

내가...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빠가 아냐고!

제발 나한테 단 한 번이라도 괜찮냐고 말해줄 수 없어?

나 진짜 열심히 했어.

지기 싫어서 아빠만큼은 살고 싶어서 내가 무슨 바보 같은 짓까지 했는지 아빠 알아?

근데도 떨어졌어.

이게 내 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