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님, 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증인에게 마지막 질문이 있습니다.

증인 눈을 감아보시죠.

사건 당시의 정황을 다시 한번 정확하고 면밀하게 파악해 보기 위함입니다.

자, 이곳이 그날 그 서울역 화장실이라고 생각해봅시다.

화장실은 텅 비어있었죠?

그래서 증인 혼자 소변을 보고 있었구요.

그런데 그때 피고인이 증인의 뒤에서 증인의 지갑에 손을 댔다는 거잖아요?

증인은 술에 취한 상태였지만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붙잡았다는 거구요.

근데 지금은 왜 못 느낍니까?

증인 오늘 점심에 복지리를 드셨네요?

참고로 저도 복지리 굉장히 좋아합니다.

맛있잖아요.

피고인 들어가세요.

이거 증인 지갑 맞죠?

확인을 좀 해봤습니다.

네 정확하게 맞습니다.

피고인이 소매치기를 얼마나 잘하는지 확인을 한번 해봤습니다.

그와 동시에, 증인이 술에 취하지 않은 멀쩡한 상태로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확인해 보았습니다.

사람이 눈을 감으면 다른 감각들이 휠씬 더 예민해집니다.

그런데 방금 전에 보신 것처럼 증인은, 술에 취하지 않은 멀쩡한 상태로 피고인이

자신의 지갑을 훔쳐 가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증인은 술에 취한 상태였고, 여러 소음이 들리는 화장실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지갑을 꺼내 가는 것을 느끼고 붙잡았습니다.

여러분, 피고인은 절도 전과 4범입니다.

근데 지금처럼 현장에서 미수에 그쳐 현행법으로 붙잡힌 것은 이번이 처음 입니다.

왜일까요? 왜 아직까지 현장에서 단 한 번도 붙잡힌 적이 없었을까요?

피고인은 프로 중에 프로였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 불리던 피고인이 술에 취한 증인을 상대로 소매치기를 하려다 걸렸다?

글쎄요... 정말로 피고인이 증인의 지갑을 훔치려고 했다면

술에 취한 증인에게 과연 들켰을까요?

전 바로 이 점이 이 사건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